바른 자세를 하려는데 왜 허리가 더 아플까? 편평등의 역설과 복압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바르게 앉으려고 애쓰는데, 등은 더 뻣뻣해지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아요.”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편평등(Flat-back) 환자분들이 공통으로 호소하는 통증의 역설입니다.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이유, 오늘 소개할 폴 호지스(Paul Hodges) 교수의 1996년 기념비적인 논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척추를 지탱하는 것이 등과 허리의 강력한 근육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척추의 진짜 안정성은 몸속의 ‘에어백’이라 불리는 복강 내 압력(Intra-Abdominal Pressure, IAP)에서 나옵니다. 마치 텐트의 중앙 기둥을 사방에서 팽팽하게 당겨주는 공기 주머니처럼요.

문제는 이 에어백이 터질 때 발생합니다. 호지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 요통 환자들은 복압을 만드는 핵심 근육인 복횡근(Transversus Abdominis)의 수축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늦어집니다. 내부에서 받쳐주는 압력이 사라지면 몸은 앞으로 무너지려 하고, 우리 뇌는 이를 막기 위해 비상수단을 가동합니다. 바로 등 뒤쪽의 근육과 근막을 밧줄처럼 팽팽하게 잡아당겨 몸을 강제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른 자세’라고 착각하는 편평등(Flat-back)의 실체입니다. 내부의 압력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근육을 쥐어짜서 일자로 버티는 것이죠. 이렇게 억지로 만든 자세는 척추 고유의 스프링 기능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걸을 때마다 발생하는 충격이 분산되지 못하고 척추 관절과 뇌로 직행하며 만성적인 피로와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과긴장’된 근육은 단순히 쉰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뇌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가슴을 더 펴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미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을 더 세게 조이는 꼴이 되어 통증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Director’s Note]

이 연구는 근신경완해연구소가 지향하는 역학 복원 시스템의 당위성을 잘 보여줍니다. 많은 분이 묻습니다. “복압이 문제라면 운동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Hodges 교수의 연구가 시사하듯, 이미 보상작용으로 인해 등 근육과 근막이 딱딱한 밧줄처럼 굳어버린 상태에서는 운동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채 엑셀을 밟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초음파 유도하 하이드로릴리즈(Hydrorelease)’를 통해 먼저 공간을 확보합니다. 초음파로 24시간 긴장되어 유착된 흉요근막 사이의 틈을 찾아 약물을 흘려보내면, 끈적하게 잠겨있던 근막의 활주 기능이 회복됩니다. 밧줄을 부드럽게 풀어줘야 비로소 척추가 제자리로 돌아갈 여유가 생깁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CoTX를 주입하면 단순한 물리적 박리 그 이상의 효과를 유도합니다. CoTX는 조직 내 NF-κB 활성화를 억제하여 산성화된 미세환경을 중화시킴으로써, 젤리처럼 변성된 히알루론산을 다시 부드럽게 되돌리는 생화학적 해방(Biochemical Release)을 촉진합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확보된 공간이 다시 끈적하게 달라붙는 재유착(Re-densification)의 고리를 생화학적으로 차단하여, 근막 본연의 활주 기능을 장기적으로 유지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유착을 해소하여 가동성을 확보한 뒤, 정밀한 추나 요법과 체계적인 신경근 재교육을 병행하여 환자 스스로 복강 내 압력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억지로 만드는 자세가 아니라, 몸의 내압이 회복되어 저절로 만들어지는 바른 자세를 찾는 것. 단순한 통증 조절을 넘어 지속 가능한 척추 안정성을 확보하는 완해(緩解)의 치료 기전입니다.


[Key Reference]

Hodges, P. W., & Richardson, C. A. (1996). Inefficient muscular stabilization of the lumbar spine associated with low back pain: a motor control evaluation of transversus abdominis. Spine, 21(22), 2640-2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