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튀어나온 디스크는 잘라냈고, 좁아진 척추관은 넓혔대요. MRI도 깨끗하대요. 그런데 저는 왜 수술 전이랑 똑같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까요?”
진료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안타까운 호소입니다. 환자분들은 디스크나 협착증을 ‘제거해야 할 혹’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병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입니다.
비가 새서 벽지가 젖었는데, 지붕은 안 고치고 벽지만 새로 바르면 어떻게 될까요? 금방 다시 젖습니다. 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허리를 망가뜨린 진짜 범인, ‘요추불안정성(Lumbar Instability)’을 해결하지 않으면 디스크와 협착증은 언제든 재발합니다.
오늘 근신경완해연구소에서는 만성 요통의 숨은 주범인 요추불안정성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왜 ‘등(Thoracic spine)’을 치료해야 허리가 낫는지 생체역학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인접 분절의 법칙: 등이 굳으면 허리가 죽는다
우리 몸의 관절은 역할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Joint-by-Joint’ 이론이라고 합니다.
- 흉추(등뼈):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관절 (Mobility)
- 요추(허리뼈): 단단하게 버텨야 하는 관절 (Stability)
하지만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편평등(Flat-back)이나 스웨이백(Sway-back) 체형은 흉추를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만듭니다.
흉추가 굳어버리면(Mobility 상실), 우리 뇌는 그 부족한 움직임을 메우기 위해 억지로 허리를 꺾고 비틀기 시작합니다. 등에서 50, 허리에서 0을 움직여야 하는데, 등이 0이 되니 허리가 50의 과부하를 떠안는 것입니다. 이를 상대적 유연성(Relative Flexibility)에 의한 과가동성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요추불안정성의 시작입니다.

2. 요추불안정성의 2단계 진행: 흔들리다 결국 굳어진다
요추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Neutral Zone)를 넘어 덜그럭거리기 시작하면, 우리 척추는 두 가지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겪게 됩니다.
1단계: 허리 디스크 (추간판 탈출증) – “흔들려서 찢어짐”
요추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면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는 맷돌 갈리듯 지속적인 전단력(Shear force)을 받습니다. 결국 디스크의 껍질(섬유륜)이 못 견디고 찢어지며 내부의 젤리(수핵)가 터져 나옵니다. 이것이 디스크입니다.
2단계: 척추관 협착증 – “살기 위해 굳어짐”
허리가 계속 덜그럭거리면 우리 몸은 비상 대책을 세웁니다. “안 되겠다, 시멘트를 발라서라도 고정하자!” 그래서 뼈 끝을 가시처럼 자라게 하고(골극 형성, Wolff’s Law), 인대(황색인대)를 두껍게 만들어 뼈를 붙잡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두꺼워진 조직들이 신경 통로를 막아버린다는 점입니다. 즉, 협착증은 노화 때문이 아니라, 불안정한 허리를 스스로 안정시키려다 생긴 슬픈 훈장입니다.

3. 근신경완해연구소의 해법: 해완(解緩)과 복압(IAP)
많은 환자분이 “허리가 약하니 운동을 해야 한다”며 윗몸일으키기나 데드리프트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흉추가 유착되어 굳어있는 상태에서의 허리 운동은 고장 난 경첩을 억지로 꺾는 자해 행위와 같습니다.
허리가 안정되려면, 역설적으로 등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Solution 1. 해(解): 흉추의 족쇄를 풀다 (Hydro-release) 먼저 고해상도 초음파를 통해 뻣뻣하게 굳은 흉추 후방 분절과 흉요근막(Thoracolumbar Fascia)의 유착을 정밀하게 찾아냅니다. 척추를 뒤에서 밧줄처럼 꽉 조이고 있는 이 근막의 장력을 *하이드로릴리즈로 박리해야, 흉추의 가동성이 살아나고 요추로 가는 과부하가 차단됩니다.
Solution 2. 완(緩): 신경의 긴장을 끄다 (Biochemical Release) 물리적으로 공간을 연 후에는 화학적 안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주입되는 CoTX는 통증 때문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척추 주변 근육의 보호성 긴장(Muscle Guarding)을 해제합니다.
- 기전: CoTX는 신경의 Adenosine A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 신호를 차단하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허리를 짓누르던 긴장이 풀려야 비로소 치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입니다.
Solution 3. 재활: 복압(IAP)이라는 천연 에어백
마무리는 추나요법을 통한 신경근 재교육입니다. 단순히 뼈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직접 뇌를 써서 속근육(Deep Stabilizer)을 깨우는 과정입니다.
핵심은 복강 내 압력(Intra-Abdominal Pressure, IAP)입니다. 속근육이 활성화되어 복압이 에어백처럼 척추 앞쪽을 든든하게 받쳐줘야만, 등 뒤에서 척추를 붙잡느라 혹사당했던 기립근(Erector Spinae)이 비로소 쉴 수 있습니다.
[Director’s Note]
재발을 막는 길은 명확합니다. 억지로 힘을 줘서 버티는 허리는 언젠가 다시 무너집니다.
- 흉추의 유착을 해소(解)하여 움직임을 돌려주고,
- 약침으로 신경을 이완(緩)하여 긴장을 풀고,
- 복압(IAP)이라는 내부의 힘으로 저절로 지탱되게 만드는 것.
이것이 근신경완해연구소가 지향하는, 요추불안정성을 정복하는 해완(解緩)의 시스템입니다.
[Key Reference]
Panjabi, M. M. (1992). The stabilizing system of the spine. Part I. Function, dysfunction, adaptation, and enhancement. Journal of Spinal Disorders, 5(4), 383-389.
Hu, Q., Xu, M., Meng, B., Zheng, X., & Hu, J. (2024). Ultrasound-Guided Fascial Hydrodissection with Eperisone: A Retrospective Study on Efficacy and Safety in Lumbodorsal Fasciitis Treatment. Medical Science Monitor, 30, e945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