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들을 통해 우리는 통증의 구조적 원인인 ‘점착화(꿀)’와 ‘섬유화(돌)’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임상 현장에서는 이런 환자분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원장님, 이제 걸리는 느낌도 없고 어깨도 부드러워요.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속에서 욱신거리고, 근육이 자기 마음대로 툭툭 튀어요.”
구조적인 유착(Hardware)이 해결되었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흔히 ‘통증유발점(Trigger Point)’이라 불리는 근육 속의 병변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통증유발점이 왜 생기는지, 그 뿌리인 신경근접합부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근육 통증의 발원지, NMJ와 운동종판은 어디에 있는가?

전기적인 통증의 스위치는 근막이 아닌 근육 섬유의 정중앙(Muscle Belly) 깊숙한 곳에 숨어 있습니다.
뇌에서 내려온 척수 신경(Nerve)이 근육(Muscle)과 만나는 아주 미세한 접점, 이곳을 ‘신경근접합부(NMJ)’라고 부릅니다.
- 신경말단 (Nerve Terminal): 전선 끝부분입니다. 여기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h)’이라는 화학 메신저를 뿌립니다.
- 운동종판 (Motor Endplate): 근육 쪽에 있는 ‘접시’ 모양의 수용체 부위입니다. 신경이 뿌린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는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우리가 “움직여라”라고 명령할 때만 아세틸콜린이 분비되고, 운동종판이 이를 받아 근육이 수축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이 시스템이 망가집니다.
2. 왜 통증 스위치는 꺼지지 않는가? (Energy Crisis)
과도한 스트레스, 지속적인 긴장, 혹은 외상이 발생하면 신경 말단이 고장 납니다. 쉬어야 할 때도 아세틸콜린(ACh)이 수도꼭지 물이 새듯 줄줄 새어 나오는 ‘누수 현상(Leakage)’이 발생합니다.
- 과흥분: 운동종판의 수용체가 쏟아지는 아세틸콜린을 계속 받아내느라 24시간 탈분극(Depolarization) 상태, 즉 ‘켜짐(ON)’ 상태가 됩니다.
- 칼슘 홍수: 이 신호로 인해 근육 세포 내 칼슘이 과도하게 방출되면, 근섬유의 일부가 꽉 조여진 ‘타우트 밴드(Taut Band, 단단한 띠)’를 형성합니다. 우리가 어깨나 등을 만졌을 때 딱딱하게 만져지며 윽! 하고 아픈 부위, 즉 통증유발점이 바로 이 타우트 밴드 안에 숨어 있습니다.
- 에너지 위기: 꽉 조여진 근육은 혈관을 압박해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저산소증), 이는 다시 통증 유발 물질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것이 바로 트라벨과 시몬스(Travell & Simons)가 주창한 ‘에너지 위기(Energy Crisis)’ 이론입니다.

3. 침과 LTR: 강제 재부팅(Reset)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침(Acupuncture) 혹은 도침을 이용한 물리적 자극입니다. 침이 근육 깊숙이 들어가 통증유발점의 핵심인 과민해진 운동종판(Motor Endplate)을 정확히 건드리면, 척수 반사에 의해 근육이 순간적으로 ‘툭!’ 하고 강하게 수축했다가 이완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연축반응(LTR, Local Twitch Response)입니다.
- 기전: LTR은 일종의 ‘방전(Discharge)’입니다. 과도하게 쌓여있던 전기 에너지를 일시에 해소하고, 근육의 길이를 원상태로 되돌리며, 꽉 막혔던 혈류를 다시 뚫어주는 ‘시스템 재부팅’ 과정입니다.
4. [논쟁] 피스토닝(Pistoning), 많이 쑤실수록 좋은가?
여기서 치료의 관점이 나뉩니다. LTR을 일으키기 위해 침을 넣었다 뺐다를 빠르게 반복하는 기법을 ‘피스토닝(Pistoning/Sparrow pecking)’이라 합니다.
- 피스토닝의 장점: LTR을 최대한 많이 유도하여 타우트 밴드를 기계적으로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근육 긴장이 너무 극심하여 즉각적인 이완이 필요할 때는 매우 유용한 테크닉입니다.
- 학술적 우려 (RCT): 그러나 Martín-Pintado-Zugasti et al. (2018) 등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에 따르면, 과도한 피스토닝은 치료 효과는 좋으나 ‘시술 후 통증(Post-needling soreness)’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즉, 효과는 좋지만 환자가 며칠간 몸살을 앓거나, 통증에 예민한 환자는 오히려 뇌가 통증을 학습하는 **’중추신경계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5. CoTX의 역할: 굳이 아프게 찌를 필요가 없는 이유
저희 근신경완해연구소는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CoTX라는 강력한 생화학적 무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환자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피스토닝을 하지 않아도, CoTX는 운동종판의 알파1-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α1-nAChR)에 선택적으로 결합합니다.
- 노이즈 캔슬링 효과: 신경에서 아세틸콜린이 과도하게 쏟아져도, CoTX가 수용체를 잠시 막아주기 때문에 근육은 “수축하라”는 잘못된 명령을 듣지 않게 됩니다.
- 진정한 이완: 이를 통해 근육은 강제적인 마비가 아니라, 과도한 신호가 차단된 상태에서 스스로 힘을 빼는 휴식(Rest)을 학습하게 됩니다.
[Director’s Note] 당신의 몸은 아직 ‘돌’이 아닙니다
물론 저도 근육이 돌처럼 단단할 때는 제한적으로 피스토닝을 사용하여 LTR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장 좋은 치료는 환자의 뇌를 놀라게 하지 않고, 조용히 고장 난 스위치만 끄고 나오는 것입니다. 정교한 침 치료로 통증유발점을 해체하여 LTR을 유도하고, 완해약침으로 완해약침술로 신호를 안정시키는 것. 이것이 근신경완해연구소가 지향하는 하이브리드 치료의 핵심입니다.
[Key Reference]
- Simons, D. G., & Travell, J. G. (1999). Myofascial Pain and Dysfunction: The Trigger Point Manual. (에너지 위기 이론 및 운동종판의 병리)
- Hong, C. Z. (1994). Lidocaine injection versus dry needling to myofascial trigger point.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Medicine & Rehabilitation. (LTR의 중요성과 치료 기전)
- Martín-Pintado-Zugasti, A., et al. (2018). Post-needling soreness after deep dry needling of a latent myofascial trigger point in the upper trapezius muscle: Characteristics, sex differences and associated factors. Journal of Back and Musculoskeletal Rehabilitation. (피스토닝과 시술 후 통증의 상관관계)
- Chang, C. C., & Lee, C. Y. (1963). Isolation of neurotoxins from the venom of Bungarus multicinctus and their modes of neuromuscular blocking action. Archives of International Pharmacodinamie. (알파 신경독소의 nAChR 차단 기전)